핵심요약
PSC 교육 프로그램 도입, 지역 혁신가로 교육
2024년 100% 통합모집(자율전공)제 도입
24시간 도서관 운영, 학내 메디컬 클리닉 운영 예정
지역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대학, 모델 제시 목표
부산외국어대학교 장순흥 총장
부산외국어대학교 중앙도서관은 24시간 불이 켜져 있다. 한켠에는 누워서 잘 수 있는 침대도 마련해 놨다. 학생들은 책을 읽거나, 공부하고 싶으면 언제든 도서관을 찾으면 된다.
또, 오전 9시 이전에 학생 식당을 찾으면 아침밥을 무료로 먹을 수 있다. 'Happy Campus Happy Hour'에는 간식과 커피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물론 공짜다.
다음 달 말에는 교내에 전문의가 상주하는 '메디컬 클리닉'이 문을 연다. 학생들은 언제든 전문의에게 자신의 건강 상태를 상담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학교의 존립 목적은 학생', 장순흥 부산외대 총장이 취임한 이후 바뀐 학교 풍경들이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장순흥 총장에게 부산외대와 부산지역 대학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취임 이후 1년간 가장 집중해서 들여다본 것은 무엇인지? 장순흥 총장이 부산외대에 도입한 PSC 교육이 궁금하다. PSC 교육의 정의와 학생들은 어떻게 교육받고 있는지?
◇ 지방대로서 지역의 문제를 연계해 해결할 방법이 무엇일까? 라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 PSC 교육이다. 핵심은 문제를 찾는 것이다. 학생 스스로가 문제(Problem)를 발견한 뒤 자기 주도 학습(Self learning)을 통해 공부하고, 다른 사람과 협업(Collaboration)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곧 지역문제 해결사를 양성하기 위한 인공지능 시대에 꼭 필요한 교육법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지역 문제가 심각하다. 문제를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학교는 부산지역 100대 문제를 찾고 있다. 교수, 학생, 외부 전문가를 동원해 의제를 정하고, 해결한다. 이 과정은 수업에도 적용한다.
주제는 에너지, 환경, 지역경제 등 광범위하다. 소상공인을 예로 들면, 그들이 수출할 수 있도록 학생들이 참여해 도움을 주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은 외국어를 잘한다. 글로벌 마케팅, 온라인 판매까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잘하는 역량을 동원해 현장에 적용할 수 있고, 소상공인은 매출이 오를 수 있다. 이는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학생들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것이 부산외대 교육의 목표다.
◆ 부산지역 100대 문제 중 학생들이 가치판단을 해야 하는 주제도 있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부산, 경남에 가장 많은 원전이 밀집해 있는 만큼 에너지 문제 측면은 문제 해결 과정의 가치 판단, 과정이 복잡하지 않을까?
◇ 학생들이 방향만 잘 잡으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에너지는 지극히 간단하다. 자꾸만 정치적으로 편협하게 보는 것이 문제다. 에너지는 화석, 신재생, 원자력 등 이 3가지 밖에 없다. 요즘 국제정세로 석유 가격은 불안해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아직 신재생 에너지는 가격이 비싸다. 대안은 원자력밖에 없다. 한전 빚이 연간 40조, 누적 적자는 현재 200조에 달한다. 이처럼 문제를 정확히 보면 해법도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부산외국어대학교 전경. 부산외국어대학교 제공
◆ 부산외대는 처음으로 2024년 '100% 자유전공제'를 도입한다. 교육부가 제시한 '30% 무전공 입학'보다 앞서간 큰 결정이다. 결단하게 된 이유는? 또, 특정 학과에 학생이 많이 몰리면 학사 운영에 어려움은 없나?
◇ 수험생들이 원서 접수를 할 때 마지막 날 몰린다. 좋아서 전공을 택하거나, 소신껏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눈치를 보고 점수에 맞춰 지원하는 것이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택해야 열심히 할 수 있다. 그래야 학교 공부에 대한 애착도 생긴다. 학교 입장에서는 중도 탈락률도 줄어든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에 필요하다. 최근 초등학교 때부터 의대 입시반을 보낸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부모가 아이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닌가?
자유전공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특정 학과에 학생이 많이 몰리는 것은 문제없다. 이미 미국의 스탠퍼드, MIT는 IT 분야에 학생 60%가 몰려 있다. 나머지 학과 인원을 다 합친 것보다 크지만 다 소화하고 있다. 대학의 역할은 학생이 원하는 공부를 찾아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학생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학생이 희망하는 전공이 없어도, 공부하고 싶다면 배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다.
◆ 현재 5차 산업혁명 시대로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AI를 활용한 외국어 번역이 실제 전공자 수준까지 올라오고 있다. 이런 세상의 급변 속에서 특수외국어 교육의 전망은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 세상은 갈수록 글로벌 해진다. 하지만, 외국어 하나만으로는 안된다. IT, 인공지능과 결합해야 한다. 우리 학생들이 제일 잘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외국어와 IT 능력을 모두 갖춰야 글로벌 마켓에 뛰어들 수 있다. 스스로 창업하고, 이웃들의 물건을 세계 시장에 팔아줄 수 있는 것이다. 부산이 먹고 살기 위해서는 수출과 관광을 확대해야 한다. 여기에 부산외대가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우리 대학의 강점인 글로벌 마케터(판매 전문가)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 부산외대는 인문대학 중심이지만 실제로 이공계 학과도 보유하고 있다. 이공계 활성화 정책이 마련돼 있는지? 이공계 관련해 어떤 정책을 펼칠 방침인가?
◇ 앞으로 이공계 분야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IT 분야 수업도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사이버 보안, 인공지능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에너지 중 특히 원전 교육도 준비하고 있다. 첨단금융도 빠질 수 없다. 부산에는 금융 스타트업이 많이 필요하다.
앞으로 교수를 뽑는다면, 실제 창업을 해본 사람,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고 싶다. 현장을 바꿔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제는 학생이 중심이 되는 시대다. 학생이 전부다. 대학을 통해 지역의 방향을 제시하는 실험의 대표적인 모델이 부산외대가 되는 것이 목표다.
장순흥 부산외국어대학교 총장. 부산외국어대학교 제공
◆ 많은 대학이 신입생 충원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유학생 유치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부산외대는 글로벌 혁신 전략으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많은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는 것도 과제다. 하지만, 대학은 양보다는 '질'을 생각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면 모든 것이 다 좋아질 수 있다. 재정적인 문제는 학생 등록금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 학교가 창업을 지원하고,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
취임 이후 학생을 섬기는 대학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기존에 밤 10시면 문을 닫은 중앙도서관은 24시간 열려 있고, 침대도 있다. 언제든 찾을 수 있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11월 초에는 대학 구성원의 건강관리와 의료 복지 접근성 향상을 위해 '메디컬 클리닉'도 개소할 예정이다. 모든 구성원은 캠퍼스에서 내과, 외과, 정형외과, 피부과, 비뇨기과 진료를 볼 수 있게 된다.
취임 당시 주변에서는 갈수록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예산도 많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아침도 주고, 진료도 봐주고, 도서관에서 잘 수도 있게 했다.
◆ 총장 재임 기간 가장 이루고 싶은 포부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 부산외국어대학교가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이다. 특히, 지방과 지방대학이 많은 위기를 겪고 있어 많은 대학이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 우리 대학의 지향점은 글로벌 대학이지만, 지역 발전을 이끄는 것도 중요하다.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지역 발전 혁신가로 성장해, 우리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는 큰 그림을 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