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행정학과 정의롬 교수] 미성년과 사랑? 추악한 진실…그루밍 성범죄
최근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그루밍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해 재조명 받고 있다.
2015년 10월 15일 당시 46세였던 연예 기획사 대표 A 씨는 15세 여중생을 성폭행·임신 시켜 재판에 넘겨졌고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피해자는 형법상 미성년에 해당하지 않았기에 A 씨의 ‘우린 사랑하는 사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후에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자 ‘미성년자의제강간죄 기준연령이 너무 낮아 미성년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고, 2020년 5월 기준연령을 만 16세 미만으로 확대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피해자가 동의했더라도 성립되며, 만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임을 알고 간음을 한 경우에 성립된다.
현재 대구의 한 고등학교 기간제 여교사가 같은 학교 남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맞은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이 사건도 피해자가 형법상 미성년자에 해당하지 않아 가해자의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한 성관계일 경우 강간이 성립된다. 현재 남학생이 ‘수행평가 점수를 올려 달라’고 하는 대화 내용이 담긴 블랙박스는 발견했으나 성적 조작 정황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는 2018년 376명에서 2020년 476명으로 증가했다. 또한 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시민 감시단’이 35개 온라인 플랫폼의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 신고시스템을 2021년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성인이 미성년자 대상 온라인 그루밍‘은 1,887건으로 2019년 239건 대비 8배 가까이 증가했다.
법 강화를 했지만 미성년자 대상 그루밍 성범죄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부산외대 경찰행정학과 정의롬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상대가 만 16세 미만이라는 점을 알고 간음을 한 경우 성립된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재판에서 피해자의 나이를 몰랐다고 항변해 감형을 받는 경우가 있다”며 “만 16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어 고등학생임에도 관련법으로 보호 못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루밍 성범죄는 애정, 사랑으로 포장해 가스라이팅과 차이가 있다”며 “정신적으로 가치관이 성립돼 있지 않은 아이를 대상으로 범죄가 이뤄지기 때문에 재판에서 피해자가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라고 항변하면 판결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루밍 성범죄는 은밀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어렵다”며 “사전 예방으로는 미성년자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것 뿐”라고 말했다. 이어 처벌을 강화와 법 세분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