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종교 차별에 대한 사회문화적 고찰
2013년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교황이다. 그는 지난 2016년 라틴아메리카를 방문해, 가톨릭교회가 원주민의 삶과 문화를 온전히 포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이처럼 가톨릭교회와 개신교, 원주민의 토착 종교 등 여러 종교가 부딪치며 차별과 불평등이라는 사회문화적 현상을 낳았다. 특히 이 대륙은 최근, 가톨릭교회는 물론 개신교까지 확산되어 종교 지형의 변화로 인해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종교는 더 이상 한 개인과 가정의 문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 책 『종교와 불평등』은 라틴아메리카 종교와 이로 인한 라틴아메리카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은 〈라틴아메리카 평등과 불평등의 변증법〉이라는 HK+ 사업의 선도연구를 통해 라틴아메리카의 불평등한 현실과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여러 연구를 해오고 있다. 인종, 이주, 젠더, 종교, 개발과 환경, 법과 제도 등 여러 분야에서의 불평등 현상과 사회문화적 원인을 고찰한다. 2022년 올해는 이러한 연구의 2단계로, 종교와 관련된 불평등을 연구한다. 이 책은 그 연구 성과의 일부를 일반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쉽게 풀어낸 책이다.
라틴아메리카는 세계 가톨릭 인구의 40%가 살고 있는 “가톨릭의 대륙”이다. 그러나 최근 라틴아메리카의 불평등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계속된 악재로 인해 고유가, 고물가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고, 그 파도가 중남미까지 덥친 것이다.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등의 지역에서는 인플레이션, 실업, 빈곤 등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원주민과 시민이 거리에 나와 반정부 시위를 하고 나섰다. 좌파 정권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최근 상황은, 신자유주의 정책과 이로 인한 사회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와 콜롬비아까지 중남미 국가의 좌파 물결이 심상치 않다.
종교는 개인적 차원뿐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예술 등 사회의 여러 영역과 관계를 형성한다. 종교는 개인과 사회에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부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과도한 종교적 신념은 때론 전쟁이라는 극단적 형태로 표출되어, 역사적으로 무고한 이들의 많은 희생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는 주로 종교와 정치가 만날 때 극대화된다. 특히,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대표되는 서구 열강은 식민주의를 정당화하는 도구로써 종교를 이용했다. 서구의 식민화 과정을 통해 가톨릭이 원주민의 삶의 터전에 들어오면서, 종교는 다양한 얼굴로 토속 신앙에 영향을 주었다. 전통 신앙은 권력, 힘에 논리에 따라 가톨릭에 완전히 흡수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라틴아메리카에서는 기존 전통 신앙과 가톨릭, 개신교 등이 만나면서 혼합주의적인 양상을 보였다. 현대에 와서는 개신교의 확산이 라틴아메리카의 정치 사회와 만나면서, 각 나라에서 중요한 변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복음주의와 오순절 교회 등은 이미 라틴아메리카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에도 깊이 연관이 있다.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의 종교 차별과 불평등의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함께 톺아봄으로써, 종교가 사회에 끼친 영향을 훑고, 바람직한 사회의 발전과 차별 요소를 극복하기 위한 종교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여러 지역의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종교적 지형의 역사와 이와 관련한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라틴아메리카를 ‘종교’뿐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함께 비춤으로써, 이 대륙(사회)에 대한 이해를 객관적ㆍ입체적으로 시도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라틴아메리카 종교 차별에 대한 사회문화적 고찰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라틴아메리카 가톨릭교회와 관련된 불평등 문제와 그 현실을 다룬다. 가톨릭교회와 원주민의 관계를 통해 종교적 불평등과 그 양상을 살펴보고, 아르헨티나, 브라질, 쿠바 등에서 가톨릭교회와 불평등이 어떻게 만나는지 살펴본다.
조영현은 제1장 「라틴아메리카 가톨릭교회와 불평등 문제」에서 제2차 라틴아메리카주교회의의 문서와 해방신학, 라틴아메리카 출신 교황 프란치스코의 관점 등을 경유하여 라틴아메리카의 불평등과 가난의 문제를 다룬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주목하는 교황의 등장이 현재 라틴아메리카 가톨릭교회가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인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윤경은 제2장 「식민시대 가톨릭교회와 원주민」에서 원주민과 가톨릭교회를 둘러싼 종교적 불평등과 그 양상을 살펴본다, 정복 이후 식민시대 누에바 에스파냐(Nueva Espana)에서 가톨릭교회가 원주민 종교를 어떻게 탄압했는지, 이에 대한 원주민의 대응은 어땠는지, 이 과정에서 원주민 신앙과 가톨릭이 어떻게 결합했는지 밝힌다.
홍인식은 제3장 「아르헨티나의 종교적 차별에 있어서 사회적 관행에 대한 성찰」에서 라틴아메리카 특히 아르헨티나 지역에서의 종교 차별과, 이와 함께 발생하는 관행을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필자는 오랫동안 라틴아메리카에서 이민자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종교와 차별의 문제가 개인과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 생동감 있게 전한다.
임두빈은 제4장 「종교로 본 브라질의 사회적 불평등의 기원」에서 로마 가톨릭을 앞세운 강대국이 브라질을 식민지로 삼으면서 브라질 땅에 자리 잡은 차별의 역사를 살핀다. 인종 및 종교 차별이 사회 깊숙이 뿌리 박힌 브라질의 정치, 사회, 경제의 면면을 살피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가톨릭이 전통 종교와 어떻게 섞였는지 그 과정을 따라간다.
조영현은 제5장 「쿠바 혁명 정권과 가톨릭교회의 관계 변화」에서 오랫동안 가톨릭교회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 쿠바 혁명 정권과의 여정을 상세하게 다룬다. “20세기 라틴아메리카 역사의 변곡점”이라 할 수 있는 쿠바 혁명(1959)과 그 정권, 그리고 가톨릭교회가 각자의 생존 전략으로써 서로를 수용 또는 거부한 역사적 과정을 통해 국제적 흐름 속에서 달라지는 이들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분석한다.
제2부에서는 라틴아메리카의 불평등과 개신교의 역할에 대해 살펴본다. 라틴아메리카의 지배적 종교라 할 수 있는 가톨릭이 여러 이유로 라틴아메리카의 시민들과 마찰을 겪은 틈을 타 개신교는, 더욱 긴밀하게 시민들과 소통하여, 교세를 확장하고 있다. 제2부에서는 개신교의 이러한 확장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밝히고, 이 과정에서 가톨릭교회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또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다룬다.
홍인식은 제6장 「라틴아메리카 신은사운동과 신사도개혁운동의 권력 불평등 구조에 관하여」에서 신은사운동과 신사도개혁운동 배후에 있는 영적 운동과 권력 지형을 바탕으로 나타난 불평등 구조를 다룬다. 라틴아메리카의 종교를 혼합문화, 신앙의 이중성, 오순절화, 신자유주의 등의 요소로 분석해 두 운동의 성장과 확산에 이것이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파악하고, 종교가 권력 불평등 구조를 심화하게 하는 도구로 기능하는 것은 아닌지 문제를 제기한다.
김윤경 제7장 「라틴아메리카 개신교의 성장과 가톨릭의 대응」에서 라틴아메리카에서 개신교 성장의 요인을 원주민 전통 신앙과 개신교의 유사성으로 본다. 특히 멕시코 치아파스주의 예를 통해 가톨릭, 개신교, 전통 신앙의 종교 지형이 어떻게 바뀌고 공존하게 되었는지, 이 과정에서 어떤 부작용과 문제점을 낳았는지 분석한다.
임두빈은 제8장 「브라질의 사회 불평등과 정치 도구로서의 복음주의 기독교의 부상」에서 식민시대, 제국시대, 공화주의 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개신교의 선교 활동의 역사를 살핀다. 또 이를 바탕으로 개신교의 브라질 정복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밝힌다. 특히 복음주의자인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언어 분석 등을 통해 개신교의 확장이 브라질의 정치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파악한다.
이남섭은 제9장 「라틴아메리카의 불평등과 역사적 개신교의 역할」에서 역사적 개신교가 라틴아메리카의 불평등 개선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시대별 대응과 사회적 성격을 분석한다. 이를 국가별 사례와 대표 인물, 기관 등을 통해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한국의 역사적 개신교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지적한다.
이남섭은 이어 제10장 「라틴아메리카의 불평등과 보수적 개신교의 역할」에서 보수적 개신교가 정치, 사회 문제에 소극적 또는 적극적 입장을 취하면서 불평등의 문제에 긴밀하게 관여했던 과정을 설명한다. 더불어 이를 과테말라의 근본주의 교회, 브라질의 오순절 교회, 멕시코 개신교회 사례 등의 대표 기관과 인물을 소개하고, 라틴아메리카의 빈곤, 불평등의 문제와 개신교의 연관성이 무엇이며, 한국의 보수적 개신교에 어떠한 시사점을 주는지 설명한다.
출처 : 교수신문(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91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