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준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조지워싱턴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 나라의 문화가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간 것은 인류 역사상 미국이 최초이다. 나라마다 대중문화는 있었지만, 세계대중문화(world mass culture)를 만들어낸 것은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의 문화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깊이 뿌리박혀 있으며, 미국은 마돈나, 마이클 잭슨, 레이디 가가, MTV, 코카콜라, 맥도날드, 미키마우스와 같이 누구나 알고 있는 세계적인 문화 아이콘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는 다른 특별한 국가라는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 미국인이라는 자부심 내지 우월주의를 가지고 전 세계에 민주주의와 미국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이 세계 문화의 패권국가라는 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음식문화이다. Ray Kroc은 1955년 맥도날드를 창업했다. 맛이 좋고 서비스도 빠르고 저렴한 음식에 대한 소비 욕구를 재빨리 간파했다. 맥도날드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어느 누구도 맛과 품질을 표준화하여 공산품처럼 음식을 찍어내겠다는 발상을 하지 못했다. 전 세계에 10개 국가를 제외하고는 맥도날드의 로고 골든 M자가 있다. 이를 McDomination, 맥도날드에 의한 세계지배라고 부른다. 어린아이들은 십자가는 몰라도 맥도날드의 황금색 로고는 알고 있다. 문화적 침공(cultural invasion)으로 사람의 마음에 가장 빨리 가는 길은 위장을 통해서(through stomach)이다. 세계 3만6천여개의 매장이 있고 중국에서는 하루에 한 개씩 매장이 들어서고 있으며 맥도날드 가격을 기준으로 그 나라의 물가지수를 측정하는 빅맥지수도 있다. 맥도날드 로고는 미국 자체의 심볼과 같다. 코카콜라도 세계 모든 곳에 있다. 이를 Cocacolonization, 코카콜라의 세계 식민지화로 부르며 세계 소프트드링크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코카콜라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둘째, 영화는 미국 소프트파워의 무기이다. 미국의 영화는 미국의 가치와 문화의 전달 수단(vehicle)이자 미국주의의 복음(gospel of Americanism)이다. 미국의 영화를 보고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American Dream을 가지고 전 세계인들이 미국으로 간다. Hollywood에서 만든 미국 영화가 전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영화 수입은 310억 달러, 약 35조원으로 전 세계인들이 5달러씩을 미국영화를 보기 위해 지출하는 셈이다. 할리우드는 20세기 또는 21세기의 콜로세움이다. 로마의 콜로세움의 역할은 경기를 통해서 로마에 대한 충성심, 애국심을 이끌어내고 잔인함을 보여줌으로써 로마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은 영화를 통해서 미국의 가치, 미국의 파워를 수출하고 있다. 국경이 없는 텔레비전인 CNN, MTV는 이데올로기 무기로 사용되고 있으며,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후 만들어진 Voice of America는 50개국의 다른 언어로 방송되며 미국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전달하고 있다. 미국의 뉴스 통신사인 UPI, AP, AFP, Reuters가 전 세계 뉴스량의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고, 미국이 전 세계 TV 프로그램의 75%를 컨트롤하는 등 현시대는 미국의 문화 제국주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셋째, 미국의 의류, 패션, 음악이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청바지를 즐겨 입고 모두 나이키 신발을 신고 있고, 미국의 팝, Rock, Jazz를 즐기고 있다.
넷째, 영어는 미국의 세계문화 패권의 또 다른 요소이다. 언어는 문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문화를 배우고 받아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영어는 지금 55개 국가에서 15억 명의 인구가 국어 또는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언어는 영어밖에 없다. 영어는 세계어(Lingua Franca)가 되었다. 프랑스처럼 민족주의가 강한 나라에서도 승진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하고, 중국에서 대학 졸업을 하려면 영어시험 Band4를 통과해야 한다. 인터넷 웹사이트의 80%는 미국에서 나오는 것이고 정보를 획득하려면 영어를 해야 하며 모든 컴퓨터 용어는 영어로 되어있다. 진정으로 영어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미국은 전 세계에 범세계적 이데올로기인 민주주의를 전파했다. 이를 미국에서는 패권적 프로젝트와 함께 민주주의 프로젝트라고 한다(Democracy Project). 세계가 민주화되면 세계는 좀 더 평화롭고 안정된다는 신념이 있다. 민주주의의 확산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논거 뒤에는 미국 예외주의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은 다른 국가와 다르고 우월하다는 것은 미국이 국경을 넘어 미국의 꿈과 가치를 확산시키는 것이 신이 부여한 임무라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미국적 방식의 민주주의가 미국에 좋은 것이라면, 그것은 여타 세계에도 좋다는 것이다.
출처 : 대구신문(https://www.idaegu.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9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