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년 파라오 문명의 보고(寶庫)인 이집트 국립박물관이 지난해 새 보금자리로 옮겨졌다. 카이로 중심부의 타흐리르 광장에 위치한 이집트 국립박물관에서 카이로 남단의 푸스타트에 새로 건설된 국립이집트문명박물관으로의 이전이다. 이 새로운 박물관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약 3배 이상, 축구장의 60~70배 크기에 해당하는 세계 최대 규모로, 공간의 협소로 인해 기존 박물관에서는 전시조차 되지 못했던 10만여 점의 유물들이 전시된다.
2010년~2011년 발생한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해외관광객 유입의 축소로 이집트는 관광산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거기에다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코로나19의 대유행이 더해져 경제적 타격이 더욱 가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집트는 관광산업 유치 및 고대 유물 보존을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 건설과 이전을 강행했다. 또한 투탕카멘의 황금관 보존 처리 작업, 람세스 2세의 라메세움 신전 복원 계획 등 심각한 균열과 부식이 진행 중이거나 훼손 상태인 유물들의 복원 작업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국가적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여러 투자 유치를 통해 파라오 문명의 고대 유물들을 관리하고, 보존‧전시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이집트의 노력을 우리는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고대 유물 관리 ‘세대를 초월한’ 의무
고대 유물은 현재 이를 관리하는 우리 세대의 것만이 아니다. 고대 유물 관리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우리 세대가 가지고 있다는 발상은 매우 어리석다. 이는 마치 아이에게 장난감이 아닌 칼을 손에 쥐여주는 것과 같을 것이다.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다. 우리 세대가 영위하는 정신적‧물질적 자원은 과거의 선대로부터 전승된 유산으로부터 기반한 것으로 당대의 독자적인 성취가 아니다. 또한 현재는 다가올 미래의 과거로서 우리는 선대의 유산들을 보존하며 동시에 학문적 지식과 문화를 더욱 고도화시켜 미래에 전승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고대 유물 관리는 그 의무이행의 실천 중 하나이며 미래 세대에게 전승해야 할 우리의 노력이자 명분이다.
이집트는 기원전 3,000년경 인류 역사상 최고(最古)의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인 파라오 문명을 잉태한 인류 문명의 요람이다. 파라오 문명은 나일강을 중심으로 사상, 철학 등 고대 이집트인들의 정신문화와 스핑크스, 피라미드, 신전, 오벨리스크 등의 물질문화 및 수학, 천문학, 의학 등의 학문적 성취를 이루어냈다. 이 고귀한 성취들은 이집트를 넘어 전(全) 인류의 문명과 문화 발전을 밝히는 문명의 빛이 되었다. 인류의 역사에서 메소포타미아 문명, 황하 문명, 인더스 문명과 함께 고대 세계의 대규모 문명권을 대표하는 파라오 문명의 중요성은 그 보존과 관리, 활용에 있어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집트 정부가 고대유물 보존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믿고 격려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인류가 누리는 문화적 성취
현재 인류가 누리고 있는 문화적 성취는 특정 국가나 특정 문명권만의 것이 아니다. 개별 문명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발전하면서 인접 지역으로 확산한다. 주변국들은 자신들보다 발전된 이(異)문화를 수용‧모방하며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문화를 발전시키고, 또다시 확산시키는 연속성을 보여준다. 또한 이러한 교류를 통한 일련의 과정은 동시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바다와 대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인류의 역사는 우리 모두의 역사임을 대변해 준다.
우리는 현재 다양한 문화와 가치들이 끊임없이 창조되는 다인종, 다문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너와 나’의 경계는 무너진 지 이미 오래전이다. 따라서 이집트의 고대 유물 보존관리에 관한 관심은 ‘우리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이집트 정부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할과 사명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글로벌 시대를 사는 우리의 자세이다. 이러한 자세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 속에서 자신과 주변의 상호 작용의 관계를 살펴보고, 올바른 인식 및 판단을 제공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출처 : 교수신문(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857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