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한류의 위용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BTS와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콘텐츠가 K-컬처(Culture)를 견인하면서 K-뷰티, K-푸드 등 곳곳에서 한류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반대로 뒤집어 보면 한국에서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갈 기회도 많아진 셈이다. 한국의 언어와 게임, 영화, 노래,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찾는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K’의 위력을 세계에 알릴 전문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수외국어교육 진흥사업은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특수외국어교육 진흥사업이 올해로 2회차를 맞이하면서 4년 사업의 성과도 조금씩 나타났다. 물론 여전히 보완하고 지원해야 할 부분도 있다.
■ 2차 사업 접어든 특수외국어교육 진흥사업 심화단계로 = 특수외국어교육 진흥사업은 △특수외국어 전문인재 양성을 위한 학부교육 내실화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특수외국어 전문인재 양성 △특수외국어 저변확대 및 평생교육 기회 확대 △국내외 교육 네트워크 구축 지원 및 홍보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시행됐다.
단국대·청운대, 부산외대, 한국외대를 특수외국어 전문교육기관으로 선정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1차 사업에서는 △단국대·청운대(컨소시엄)에 몽골어, 베트남어 등 4개어 △부산외대에 미얀마어, 인도네시아어, 크메르어 등 8개어 △한국외대에 스와힐리어, 우즈베크어, 폴란드어 등 11개어 등을 지원 언어로 선정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2차 사업에는 총 5개의 신규 언어가 추가됐다. 부산외대에 이탈리아어와 라오스어, 한국외대에 이탈리아어, 라오스어, 네덜란드어, 카자흐어, 스웨덴어 등이 신규 지원된다.
1차 사업에서 특수외국어 교육 기반을 마련하고 인프라 구축에 주력했다면 2차는 사업 심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우선 분야별 특화된 특수외국어 전문가와 특수외국어 전문성을 갖춘 학문후속세대 양성에 초점을 맞췄다. 한류 콘텐츠를 특수외국어로 세계에 전파라는 번역인재 양성이나 산학협력 프로그램으로 현장실무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양성해 대사관·문화원과도 연계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지원언어를 확대하면서 다양한 특수외국어 전공교육을 위한 과목 개설도 지원할 방침이다. 특수외국어 전공학과와 타 학과·융합 전공 등을 확대하는 한편, 소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과목에 대한 개설 기준도 완화한다.
■ 해외에서는 대부분 특수외국어·소수어 국립대에서 육성 = 국립국제교육원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은 국립대가 중심이 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외국어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OECD 주요국 중 국립 외국어대학교가 없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아시아 3대 외국어대학으로 꼽히는 도쿄외대, 베이징외대, 한국외대 중에서 사립대는 한국외대가 유일하다.
도쿄외대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외국 연구 기관이라는 전통을 가진 대학이다. 14개 지역, 27개 언어가 전공과목으로 개설돼 있고 64개 언어를 추가 개설했다. 희망지역 언어와 비 언어 세부전공을 연계해 교육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베이징외대는 101개의 언어, 121개의 학사학위 과정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으로 중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어 전공 과정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역사도 깊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외국어 대학으로 중국 외교부의 외교관을 다수 배출하고 있으며 경제·무역 엘리트를 양성하는 대학으로도 유명하다. 중국 외교부 재외공관에서 대사를 지낸 동문이 400명에 이른다.
국립동양언어문화학원(INALCO, 이날코)는 프랑스의 언어 전문 특성화 대학으로 3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국립외국어대학이다. 이날코대는 108개 언어를 가르치는 세계 최대의 외국어 교육기관이다. 이곳에는 12개 개설학과, 5개 직업 전문과정을 설치해 5개 권역별 언어와 문화교육을 실시한다. 특수외국어의 경우에도 대부분 석사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 외국어대 및 언어교육원(DLIFLC)은 14개 주요 현대어 외에도 바스크어, 우즈베크어, 베트남어, 스와힐리어 등 30여개의 특수언어를 교육하고 있다. 국가안보향상을 위한 문화적 소양을 기초로 외국어교육, 훈련과 평가를 목표로 한 미국통합언어평가 일정기준을 통과하도록 교육한다.
■ 1차 사업 이후 어떤 성과 거뒀나 = 이렇듯 대부분 특수외국어는 국가 차원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오래전부터 국립대에서 육성하고 국가에서 지원한다. 반면 한국은 2016년 그 필요성을 인지해 특수외국어교육진흥법을 제정한 이후 특수외국어교육 진흥사업이 이제 막 2단계로 진입했다. 1차 사업 이후 소기의 성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열린 특수외국어교육 진흥사업 화상포럼에서는 특수외국어교육 진흥사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부산외대는 △특수외국어 관련 연구소 운영 및 타대학 협력 △통번역대학원 전공개설 및 학·석사 연계과정 신설 △기업 실무 인력양성 및 활용 확대 지원 등을 목표로 삼고 이에 맞는 성과를 도출해냈다.
그 결과 전북대와 특수외국어 언어캠프 협력 사업을 진행했으며 베트남어번역학과 학·석사 연계과정을 신설했다. 학·석사 연계과정 재학생 수는 2020년 1학기 2명에서 2021년 1학기 총 10명으로 확대됐다. 이를 통해 베트남어통번역 인재를 배출해내기도 했다.
배양수 부산외대 특수외국어사업단 단장은 “정량적으로는 지표의 100%를 달성했다”면서 “(특수외국어 학과) 학생은 재학 중에 어떤 식으로든 프로그램에 다 참여하게 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취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단국대·청운대는 K-MOOC와 일반인 교육 지원 등 특수외국어 저변 확대에서 성과를 보였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역사회 기여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이 특수외국어를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프로그램 만족도 90%를 달성하는 등 좋은 효과를 얻었다.
그밖에도 정부·지자체·기업 등과 네트워크를 연계해 특수외국어 관련 학회 MOU를 체결해 학문 간 교류를 활성화했다. 기업 수요를 고려한 교육지원이나 자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특수외국어의 저변을 확대하는 중이다.
■ 교육 내실화·전문인재 집중 육성 등 한계 보완해야 = 아직 사업의 초기인 만큼 한계와 보완점도 공존한다. 지난 2월 국립국제교육원은 ‘2022년 특수외국어교육진흥 시행계획’에서 △부족한 부처 간 협업 △특수외국어 서비스의 내실화 △특수외국어 교육과정과 평가의 질 등에 대해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전문인재 교육 집중 육성, 교원 역량 제고 등을 보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양수 단장은 “당초 사업 초기에는 교원의 역량을 높이겠다는 내용도 프로그램에 있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그 부분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고 2차 사업에도 반영되지 못했다”면서 “교원들도 계속해서 현지 연수나 교육을 통해 다양한 기회를 접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앞서 미얀마 쿠데타에서도 알 수 있듯 한국에서는 해당 국가와의 접점을 가진 전문가가 부족했다. 오히려 관련 학과 학생들과 교수들이 나서서 한국 내 지지를 호소하고 국제사회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앞장섰다.
배 단장은 “우크라이나, 미얀마 등 일련의 사태를 되돌아보면서 이런 사안을 다룰 수 있는 전문인재 양성이 절실하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제2차 특수외국어교육 진흥사업 시작을 앞두고 열린 공청회에서 오종진 전 한국외대 특수외국어교육진흥원 원장은 “전문인재 양성은 나무를 심는 것과 같아 장기적으로 꾸준한 투자를 통해 국가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과 같다”면서 “1차 사업에서 특수외국어교육 사업 기반을 마련하고 인프라를 구축한 만큼 2차 사업에서는 전문인재 양성이 지속돼야 한다. 사업의 지속성 담보돼야 체계적인 인재 양성이 가능해진다”고 제언했다.
출처 : 한국대학신문(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25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