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4일 유럽의 대문 앞에 늑대가 나타났다. 러시아 푸틴의 20만 정예부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것이다. 바이든은 미국의 세계지배(팍스 아메리카나)에 대한 푸틴의 도전을, 세계 제1의 지위와 미국의 체면과 명성이 달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역사적, 문화적,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의 일부분이었다. 나폴레옹은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고 러시아를 함락시킨 후 파리에 개선문을 만들었다. 히틀러도 폴란드, 우크라이나로 이어지는 통로를 거쳐 러시아를 공격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앞마당이고 완충지대이며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소위 세력권에 포함된다.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영토, 풍족한 식량과 광물자원은 러시아에게는 보석과 같다. 우크라이나가 없이 러시아 해군은 에게해, 지중해로 나아갈 수 없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없이 러시아는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하고 싶은 것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통합을 통해 위대한 러시아를 꿈꾸고, 미국은 현상 유지를 원하며, 우크라이나 주민의 80%는 독립과 민주주의를 원한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이익과 입장이 모두 다른 3개의 주체들이 마주 보고 달리는 자동차와 같이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든의 푸틴에 대한 처방전은 무엇인가?
첫째, 푸틴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식과 이익을 충분히 고려해서 러시아를 너무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지 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세력권을 인정해주는 것이다(Do Nothing 전략).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를 내어달라는 것은 중국이나 러시아에 미국의 바로 턱 밑, 즉 플로리다나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나 군대 주둔을 허용해주는 것과 같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곧 끝날지 몰라도 푸틴의 미국에 대한 불신, 증오, 적대감은 계속될 것이다. 이것이 푸틴이 전쟁을 선택하게 된 중요한 이유이다. 케네디가 말하는 45년간의 기나긴 황혼의 투쟁 (Long Twilight Struggle)이 재현될 수도 있다.
둘째, 세계정치에서 적은 심리적으로 필요하다. 미국의 사랑스러운 아들과 딸들을 38선과 엘베강으로 보내고, 천문학적 국방비를 쓰고, 동북부 군산업체에서 만든 무기를 샌프란시스코 항구로 옮기기 위해 고속도로를 빨리 건설해야 한다고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다. 적의 존재가 미국의 군비증강에 대한 명분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적이 없으면 적을 만들고 적의 위험성을 과장하기도 한다. 실제는 종이호랑이인데 정글을 뛰쳐나온 호랑이로 만든다. 이를 국제정치에서는 적 보존의 법칙(Law of Conservation of Enemy)이라고 한다.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이런 점에서 굉장히 영리하다. 미국의 제1의 적 또는 주적은 소련, 일본, 테러리즘, EU, 중국으로 계속해서 바뀌어 오고 있다. 푸틴의 러시아는 2급 강대국이고 그의 군대 역시 하이테크 전쟁을 치르기에는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푸틴의 세계지배에 대한 야심을 강조함으로써 미국이 왜 10만 군을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 주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을 충실히 쌓고 있다.
셋째, 미국은 2개의 트럼프 카드를 가지고 미국에 반대하는 국가나 동맹을 컨트롤해왔다. 하나의 트럼프 카드는 군사력 사용이고 또 하나의 카드는 미국시장 접근에 대한 통제 카드이다. 리비아의 카다피, 파나마의 노리에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미국의 군사력 사용으로 무너져버렸다. 전후 독일과 일본이 미국에 완전히 길들여지고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게 된 것은 미국의 군사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세상이 미국을 두려워하면서 살게 된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세계 1, 2위의 핵보유 국가이기 때문에 양 국가 간에 전면전이 일어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력은 리그가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통제 카드는 미국에 적대감을 보이거나 미국 말을 듣지 않으면 미국 내에서 자국 상품을 팔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기술이 들어간 모든 제품을 그 나라가 구매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다. 중동 제1의 부자국가였던 이란이 망했고 쿠바와 베네수엘라가 몰락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석유를 수출해서 살아가는 경제이고 상품의 경쟁력이 있는 것은 보드카뿐이다. 루블화 가치의 폭락, 러시아 가스와 석유 수입금지 조치는 러시아 경제를 마비시키고 부도 사태로 몰고 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능성은 적지만 푸틴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러시아의 품에서 벗어나 유럽의 품에 안기자는 유로마이단 시민혁명이 우크라이나 청년들 사이에서 일어났다.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인해 푸틴이 우크라이나 통합의 의지를 굳혔다는 것은 정설이다. 친미 성향의 지도자, 나토와 유럽연합에 가입하려는 우크라이나를 푸틴은 받아들일 수 없다.
푸틴에게 우크라이나를 통합하는 것은 위대한 러시아 건설의 출발점이고 생과 사가 걸려있는 생존의 문제이다. 모스크바와 우크라이나에서 시민들이 모두 길거리로 나와 독재자 푸틴을 축출하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다.
출처 : 대구신문(https://www.idaegu.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5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