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 때 붕괴 현장에 뛰어들어 많은 이를 살리고 끝내 목숨을 잃은 고 양성호 의사자가 서울 현충원 안장이 결정(국제신문 지난해 12월 4일 자 온라인 보도)된 가운데, 어머니 하계순 씨가 지역사회에 9000만 원 상당의 기부 물품을 전달해 눈길을 끈다. 하 씨는 아들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지역사회에 힘 닿는 데까지 선행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1일 부산 남구에 따르면 양성호 의사자의 어머니 하 씨는 지역내 취약계층을 위해 9000만 원 상당의 화장품 세트를 기부했다. 하 씨는 기부 품목을 고민하다 최근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로 화장품 구매 수요가 늘어난다는 기사를 보고 전달을 결심했다. 남구 오륙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하 씨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아들의 희생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기부를 결심했다. 어려운 형편의 주민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하 씨에게 마우나리조트 참사는 9년이 흘러도 어제 일처럼 선명한 아픔이다.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열린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도중 체육관 지붕이 폭설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미얀마학과 학회장이던 양 씨는 간신히 체육관 밖으로 몸을 피했지만 후배를 구하기 위해 다시 사고 현장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 사고로 10명이 숨지고 214명이 다쳤다. 양 씨의 숭고한 희생은 구조된 학생들의 증언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양 씨를 의사자로 인정했고, 부산외대는 고인을 기려 교내에 추모비를 건립했다.
하 씨는 지난 9년 동안 여성의용소방대원 등 봉사 활동에 참여하며 아들이 보여줬던 희생 정신을 실천해왔다. 온 세상이 무너질 듯한 아픔을 견디면서도 지역 사회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던 건 아들의 친구 김현구(32) 씨가 곁에 있어준 덕분이다. 양 씨와 중학교 때부터 절친한 사이였던 김 씨는 발인식 때 영정사진을 들었다. 이후 떠난 친구를 대신해 하 씨의 아들을 자처했다. 하 씨의 휴대전화에 김 씨는 ‘현구 아들’로 저장돼 있다.
부산외대는 오는 17일 오전 11시30분 부산외대 추모공원에서 참사 9주기 추모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유족과 본부 관계자만 참석해 헌화식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유족과 학생 교직원 등 100여명이 참석해 식순을 갖춰 돌아가신 이들을 기리는 시간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기장군 실로암공원묘역에 안치된 양 씨의 유해는 오는 4월 5일 양 씨의 생일에 맞춰 국립 서울현충원 충혼당으로 옮길 예정이다.
출처 : 국제신문(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230201.9900100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