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님 인터뷰] “청년이여, 우리를 이끄시는 하나님 믿고 늘 소망을 품어라”
장순흥 부산외국어대 총장이 지난 15일 부산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교육철학을 담은 책 ‘장순흥의 교육’을 들고 사랑을 통한 교육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장순흥(70) 부산외국어대 총장의 일생은 대학생을 빼놓고 논하기 힘들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석·박사를 마친 뒤 대전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이 대학 부총장과 경북 포항의 한동대 총장을 역임한 그는 현재 부산외대를 이끌며 대학 교육 최전방을 지키고 있다. 긴 세월 청년들의 미래를 고민해 온 그를 지난 15일 부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심는 ‘갓플렉스 챌린지 릴레이’ 인터뷰 첫 주자로 만난 그는 시종 “소망을 품으라”고 권했다.
“신앙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우리 삶은 불확실할 때가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믿음에서 멀어져선 안 됩니다. 늘 소망을 품어야 합니다. 여명 앞에 서면 이런저런 고민이 얼마나 덧없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진학이며 취업 결혼 출산 등 모든 게 어렵다는 걸 압니다. 그렇다고 포기해선 안 됩니다. 하나님이 좋은 곳으로 이끌어 주신다는 믿음을 갖길 권합니다.”
장 총장이 건넨 위로의 메시지는 척박한 현실을 결국 이겨낼 수 있다는 약속 같았다.
수많은 청년을 만났던 장 총장의 교육관은 사랑이다. 그는 “지금도 교수들께 ‘학생들을 사랑하라’고 조언하는데 결국 학생을 사랑하는 대학이 치열한 경쟁에서 이긴다는 믿음이 있어서”라면서 “학생들에게는 지나친 경쟁보다는 협력을, 그 속에서 우정을 나누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과 성공에 연연하지 말고 훌륭한 인성을 갖고 정직과 사랑의 마음으로 친구와 가족, 주변인을 대한다면 결국 행복한 삶이 펼쳐진다”고 덧붙였다.
장 총장은 핵공학을 전공한 과학자다. 과학과 신앙이 언뜻 안 어울릴 것 같지만 그의 대답은 달랐다.
“과학을 하면 할수록 그 안에서 창조의 경이로움을 느끼면서 오히려 신앙이 깊어졌습니다. 인간의 지식이라는 게 제한적이죠. 밤하늘을 보세요. 수십억 개의 별이 있지만 인간이 가본 곳은 고작 달 하나뿐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의 창조 섭리 가운데 있는 피조물일 뿐입니다. 이걸 받아들일 때 행복이 깃듭니다.” 대전 헷세드교회 장로인 그는 요즘 대학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
그의 소신은 대학 경영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장 총장 부임 이후 부산외대는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중앙도서관은 24시간 불이 켜져 있고 오전 9시 이전에 학생 식당에 오면 무료로 아침 식사도 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전문의가 상주하는 ‘메디컬 클리닉’도 문을 열어 학생들의 건강도 챙기고 있다.
‘학생 사랑’을 실천하는 장 총장은 “2023년 수시부터 100% 자유 전공제를 부산과 울산, 경북 지역에서는 최초로 시행하면서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에게 가장 맞는 진로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한 어려움은 극복 과제다. 이에 대해 그는 “결국 대학마다 특색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대학이 위치한 지역과 협력하면서 세계적인 시야를 갖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우리 대학은 인근 상점의 온라인 마케팅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외국어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정보통신(IT) 교육을 강조하는데 여기에 지역 협력과 같은 실전 경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내는 기업가 정신을 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학과 지역은 운명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대학 하나 살리는 게 중소기업 몇백 개 살리는 것과 맞먹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대학이 지역 문제 해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죠. 일부에서 수도권 대학과 거점 국립대만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하는데 지방사립대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대학이 죽으면 지역이 죽기 때문이죠.”
장 총장이 고른 다음 인터뷰이 안창호 전 재판관
“검사장때 소년범 발 씻겨줘… 기독인의 삶 온몸으로 증명”
장순흥 부산외대 총장은 갓플렉스 릴레이 인터뷰 두 번째 주자로 안창호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추천했다.
장 총장은 "카이스트 부총장으로 재직할 때 이 분이 대전지검에 근무하고 계셔서 자주 교제했는데 참으로 겸손하고 사랑이 많으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면서 "그의 인품이 우리가 생각하는 검사들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데 늘 다른 검사들이 이 분을 좀 닮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고 릴레이 인터뷰 차기 주인공으로 추천한 이유를 밝혔다.
교회 장로로 시무 중인 안 전 재판관은 초임검사 시절부터 집무실 책상에 늘 성경책을 펴놓고 읽었다. 대전지검 검사장을 재직할 때에는 구속 피의자나 소년범의 발을 직접 씻겨준 일화가 유명하다.
장 총장은 "무엇보다도 안 전 재판관이 일상 속에서 불신자를 전도하는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면서 "전도 대상자의 말에 끝까지 귀 기울이고 늘 가까이 만나면서 복음의 메시지를 차근 차근 전하셨다"고 회고했다. 장 총장은 "크리스천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자신의 삶으로 증명하는 안 전 재판관이 전하는 메시지가 혼탁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소중한 삶의 좌표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